
오늘따라 달이 이상했다
퇴근길에 고개를 들었는데 달이 유난히 크고 밝았다. 누가 하늘에 조도를 한 단계 올려 둔 것 같았다. 이런 밤에는 괜히 사람이 궁금해진다. 집에 와서 별 생각 없이 위키백과 '달' 페이지를 열었다. 스크롤을 내리다가 한 문장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달은 매년 약 3.8cm씩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멀어지고 있다고? 저렇게 환하게 웃으면서?
1년에 3.8cm면 하룻밤에 약 0.1mm, 머리카락 한 올 굵기다. 그러니까 내가 달을 올려다보며 감탄하던 그 밤에도 달은 머리카락 한 올만큼 조용히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그날 밤,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Claude와 대화하면서 몰랐던 사실들을 알았다. 흥미진진하여 글로 남긴다.
왜 멀어지는가: 지구가 자전을 떼어 달에게 건넨다
먼저, 이 숫자는 추정이 아니라 측정값이다. 아폴로 우주인들이 달 표면에 반사경을 두고 왔고, 과학자들은 지금도 지구에서 그 반사경에 레이저를 쏜다. 빛이 다녀오는 데 걸리는 약 2.5초를 재면 거리를 밀리미터 단위로 알 수 있다. 50년 넘게 이어 온 이 측정이 해마다 3.8cm라고 말한다. 손톱이 1년 동안 자라는 길이쯤이다.
원인은 조석 마찰이다. Tidal friction.

- 달의 중력이 지구의 바닷물을 끌어당겨 양쪽에 불룩한 부분(조석 팽대부)을 만든다.
- 지구는 하루에 한 바퀴 자전하는데, 달은 27.3일에 한 바퀴 공전한다. 지구가 훨씬 빨리 돌기 때문에 팽대부가 달 바로 아래에 있지 못하고 자전 방향으로 조금 앞서 끌려간다.
- 앞서 나간 팽대부의 중력이 달을 공전 방향으로 살짝 당긴다. 에너지를 얻은 달은 조금 더 높은 궤도로 올라간다.
- 그 대가로 지구의 자전은 느려진다. 하루가 100년에 약 2ms씩 길어진다.
각운동량 보존 법칙, 한마디로 우주의 회계 원칙이다. 지구가 잃은 회전 운동량은 장부에서 사라지지 않고 달의 궤도로 옮겨 적힌다. 지구는 자기 하루를 조금씩 떼어 달에게 건네고, 달은 그것을 받아 한 걸음씩 멀어진다. 선물을 받을수록 멀어지는 관계, 어딘가 익숙한 서사다.
반전이 하나 있다. 지금의 3.8cm는 지질학적으로 보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현재의 대륙 배치에서는 북대서양 같은 바다가 조석과 거의 공명해서 에너지 손실이 크다. 이 속도로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15억 년 전에 달이 지구에 붙어 있어야 하는데, 달의 나이는 45억 년이다. 계산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과거의 평균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느렸다고 본다. 지금 우리는 이별이 유독 빠르게 진행되는 시기를 살고 있는 셈이다.
첫 만남: 45억 년 전, 하늘을 가득 채운 달
달의 출생 기록으로 가장 유력한 것은 거대충돌설이다. 45억 년 전, 화성만 한 천체 '테이아'가 원시 지구와 부딪혔다. 우주로 튀어 나간 파편이 지구 주위에 원반을 이루었고, 그 원반이 뭉쳐 달이 되었다.
갓 태어난 달은 지금보다 15배쯤 가까운 약 2만 5천 km에 있었다. 지구의 하루는 5시간 남짓이었다.

| 45억 년 전 | 오늘 밤 | |
|---|---|---|
| 거리 | 약 2만~2.5만 km | 38만 4,400 km |
| 겉보기 지름 | 약 8~11° | 약 0.5° |
| 팔을 뻗었을 때 | 주먹 하나를 다 가림 | 새끼손톱에 가려짐 |
| 하늘에서 차지하는 면적 | 지금의 수백 배 | 1배 |
| 조석력 | 지금의 수천 배 | 1배 |
그때의 달은 하늘에 걸린 등불이라기보다 하늘을 채운 벽에 가까웠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 장관을 볼 관객은 없었다. 지구 표면이 끓는 마그마 바다였으니까. 역사상 가장 큰 보름달은 아무도 보지 못한 채 떴다가, 아주 천천히 작아졌다.
지금 거리: 지구 30개, 그리고 행성 7개
지금 지구와 달 사이의 평균 거리는 38만 4,400 km다. 지구 지름(12,742 km)으로 나누면 지구 약 30개를 일렬로 세울 수 있다. 생각보다 훨씬 멀리 있다. 교과서에서 봤던 그림은 고작 3~4개 정도였는데, 실제 거리는 훨씬 멀었던 것.

여기에 더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지름을 모두 더하면 약 38만 km다. 달이 가장 멀어지는 원지점(40만 5,500 km)에서는 태양계 나머지 행성 7개가 지구와 달 사이에 일렬로 들어간다. 그러고도 1만 7천 km쯤 틈이 남는다. 단, 토성의 고리는 잠시 접어 두어야 한다.
밤하늘에서 엄지손톱만 한 달까지의 거리가 사실은 태양계 행성 전체를 한 줄로 세운 길이와 맞먹는다. '가깝다'와 '멀다'는 결국 무엇과 비교하느냐의 문제다.
언젠가 헤어질까: 결론은 이별이 아니다
해마다 멀어진다면 결국 달은 지구를 떠나 버릴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첫째, 이 관계에는 종착점이 있다. 지구의 자전이 계속 느려져서 하루의 길이가 한 달(약 47일)과 같아지면, 지구와 달은 서로 같은 면만 영원히 마주 보게 된다. 그러면 팽대부가 더 이상 앞서 나가지 않으니 달도 더 멀어지지 않는다. 그때 거리는 약 56만 km로 지금의 1.5배다. 이혼이 아니라 각방 정도다.
둘째, 그 종착점까지 갈 시간이 없다. 종착점에 이르려면 약 500억 년이 걸린다. 하지만 태양은 약 50억 년 뒤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오른다. 그보다 훨씬 앞선 약 10억 년 뒤에는 점점 밝아지는 태양 때문에 바다가 증발한다. 조석 마찰의 주된 엔진이 바다였으니, 바다가 사라지면 달이 멀어지는 속도도 크게 떨어진다.
셋째, 멀어져도 지구의 영향권 안이다. 지구 중력이 태양 중력을 이기는 영역(힐 구)의 반지름은 약 150만 km다. 56만 km는 그 안쪽의 안정된 궤도다.
결국 이 커플을 갈라놓을 수 있는 쪽은 둘 중 누구도 아니고, 부풀어 오르는 태양이다.
덤: 우리는 개기일식의 시대를 살고 있다
태양은 달보다 약 400배 크다. 그리고 우연히도 약 400배 멀리 있다. 그래서 하늘에서 두 원판의 크기가 거의 같고, 달이 태양을 딱 맞게 가리는 개기일식이 일어난다.
그런데 달이 계속 멀어지니, 약 6억 년 뒤에는 달이 태양을 다 가리지 못하고 금환일식만 남는다. 45억 년 역사 가운데 두 원판이 이렇게 정확히 겹치는 시기는 짧은 편인데, 마침 그 시기에 하늘을 올려다보고 그 사실을 계산할 줄 아는 생물이 살고 있다.
솔직히 처음엔 이런 생각도 했다. 이 세상을 시뮬레이션한 누군가가 프로토타입을 간단하게 만들려고 해와 달 크기를 같게 박아 둔 것 아닐까? 그걸 나중에 끼워 맞추느라 설명이 이렇게 복잡해진 거고.
그런데 따져 보니 증거가 반대쪽을 가리켰다. 하드코딩한 상수라면 값이 변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 일치는 시간에 따라 계속 변한다. 지금도 달의 겉보기 크기가 0.49°~0.56° 사이에서 흔들려서 같은 일식이 어떤 해에는 개기일식, 어떤 해에는 금환일식이 된다. 더 결정적인 것은 2,700년 전 바빌로니아의 일식 기록이다. 지구 자전이 일정했다고 가정하고 계산하면 기록된 관측 장소가 수천 km나 어긋난다. 그런데 조석 감속을 반영하면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점토판 기록과 21세기 레이저 측정이 같은 물리 법칙 하나로 설명된다. 이게 사후 패치라면, 개발자가 45억 년 치 로그의 정합성까지 다 맞춰 둔 셈이다. 그건 프로토타입이 아니라 상당히 공들인 정식 출시 버전이다.
그래도 이 '버그' 덕분에 인류는 많은 것을 얻었다. 1919년 개기일식 때 태양 근처 별빛이 휘어지는 것을 관측해 일반상대성이론을 검증했고, 태양 코로나 연구도 개기일식 덕분에 시작되었다. 버그였다 해도, 우리는 그 틈으로 시공간의 소스코드를 엿본 셈이다.
달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기 있었을까
그날 밤 질문은 생명으로 번졌다. 달은 생명에게 무엇이었을까.
- 하루의 길이를 늘려 주었다. 5시간이던 하루가 24시간이 되었다. 달이 없었다면 지금 하루는 8~12시간쯤이었을 것이다. 자전이 빠르면 바람이 거세지고 대기 순환이 띠 모양으로 갈라진다. 지구가 목성 같은 날씨를 갖게 되는 셈이다.
- 갯벌이라는 실험실을 만들었다. 바닷물이 차고 빠지며 젖었다 말랐다 하는 웅덩이는 RNA 같은 분자가 길게 이어지기 좋은 환경이다. 조석 웅덩이에 갇힌 물고기에게 "기어 나가라"는 압력이 걸린 것이 육지 진출에 영향을 주었다는 가설도 있다. 달이 없으면 태양이 만드는 조석만 남는데, 그 크기는 지금의 약 1/3이다.
- 자전축을 붙잡아 주었다. 1993년 연구는 달이 없으면 자전축 기울기가 0°에서 85°까지 혼란스럽게 오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2012년 후속 연구는 그 변화가 생각보다 완만하다고 결론을 누그러뜨렸다.
- 깊은 바다를 섞어 주었다. 조석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심해의 물을 위아래로 섞어 열과 영양분을 지구 곳곳으로 실어 나른다. 달은 하늘의 등불이면서 바다를 젓는 거대한 국자다.
- 생물에게 달력을 주었다.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산호는 보름달이 뜬 뒤 며칠 사이에 일제히 산란한다. 투구게와 갯지렁이도 달의 위상에 맞춰 번식한다.
달이 없었어도 생명은 시작되었을까
아마 시작되었을 것이다. 생명 탄생의 유력한 무대인 심해 열수구는 수천 미터 깊이의 어둠 속에 있고, 조석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 미생물은 끓는 물에서도, 얼음 속에서도, 방사능 속에서도 살아남는 존재다. 하늘에 달이 하나 없다고 해서 그들이 탄생을 미뤘을 것 같지는 않다.
진짜 질문은 그다음이다. 달 없이 태어난 생명은 어떤 박자로 살았을까?

평행세계 산책: 달 없는 지구의 생명들
여기서부터는 과학을 디딤돌 삼은 상상이다. 하지만 근거 없는 공상은 아니다.
하루가 8시간인 세계의 수면. 달이 없었다면 지구의 자전은 지금보다 훨씬 덜 느려졌을 것이고, 하루는 8~12시간쯤 되었을 것이다. 지구 생물의 체내 시계는 대부분 하루 길이에 맞춰져 있다. 시아노박테리아조차 KaiABC라는 단백질 세 개로 24시간 시계를 돌린다. 그러니 그 세계의 생물은 8~10시간짜리 시계를 갖고, 4시간 일하고 4시간 자는 식으로 살았을 것이다. 깊고 긴 밤잠보다 짧은 잠을 여러 번 나눠 자는 다상성 수면이 기본값인 세계다. 그곳의 직장인은 출근하고, 점심 먹고, 퇴근하기 전에 하루가 두 번 바뀐다.
바람에 맞서는 숲. 자전이 빠르면 코리올리 힘이 강해져 바람이 거세지고 기상 띠가 잘게 갈라진다. 목성 표면의 줄무늬처럼. 그런 세계의 나무는 높이 뻗기보다 낮고 단단하게, 뿌리는 깊게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날개 달린 동물은 활공보다 강한 날갯짓이나 짧은 비행을 택했을지 모른다.
하나로 합쳐진 생체 시계.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롭다. 지금 지구의 갯벌 생물은 시계를 두 개 갖고 있다. 해를 따르는 24시간 시계와 달을 따르는 12.4시간 조석 시계다. 그런데 달이 없으면 태양만 조석을 만들기 때문에 만조가 매일 정오와 자정에 찾아온다. 조석이 하루와 완벽하게 맞물리는 것이다. 그러면 생물은 시계 두 개를 따로 맞출 필요가 없다. 하루 시계 하나로 밀물과 썰물까지 예측할 수 있다. 사리와 조금의 2주 주기도 사라진다. 우리 세계의 생물이 여러 개의 시계를 겹쳐 차는 시계 수집가라면, 그 세계의 생물은 시계 하나만 차는 미니멀리스트다.
늘 같은 어둠. 보름과 그믐이 없으니 모든 밤이 같은 깊이의 어둠이다. 지금 지구의 야행성 동물은 보름밤이면 포식자의 눈을 피해 몸을 숨기고, 그믐밤이면 활발해진다. 달 없는 세계에서는 이런 달 위상에 따른 전략이 필요 없다. 대신 별빛만으로 사냥하고 길을 찾도록 눈이 훨씬 예민하게 진화했을 것이다. 쇠똥구리가 지금도 은하수를 나침반 삼아 길을 찾는 것처럼.
산호는 무엇을 신호로 삼을까.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산호 수백 종은 보름 뒤 며칠 사이 어느 밤에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알을 뿜는다. 달 없는 세계의 산호는 수온, 낮의 길이, 계절 같은 다른 신호에 맞춰야 했을 것이다. 군무의 정확도는 지금보다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월'이 없는 인간. 이 세계에도 인간 비슷한 지성이 나타났다면, 그들의 달력에는 '월(月)'이라는 단위가 없었을 것이다. 1년을 나누는 기준은 별자리나 계절뿐이었을 것이다. 월급날도, 월말 정산도, '이번 달'이라는 말도 없다. 매달 돌아오는 마감에 시달리는 사람으로서 이건 꽤 부러운 세계다.
결국 달 없는 지구에도 생명은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 생명은 더 짧은 하루와 더 거센 바람, 더 잔잔한 바다와 늘 같은 어둠에 맞춰 전혀 다른 박자를 익혔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몸 안에 지니고 있는 24시간 시계와 달 시계는 이 지구, 이 달과 함께 45억 년을 지나온 결과다. 달이 생명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생명에게 박자를 가르친 것은 거의 확실하다.
달거리는 정말 달을 따를까
박자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 질문을 피해 갈 수 없다. 사람의 월경도 달을 따르는 걸까?
일단 말부터가 의심스럽다. 한자로 월경(月經)은 '달의 경과'이고, 우리말 '달거리'는 대놓고 달이 들어간다. 영어 menstruation은 라틴어 mensis(달, 월)에서 왔고, 그 뿌리는 그리스어 mēn, 곧 '달'이다. 동서양이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이름을 붙였다. 게다가 평균 월경 주기는 약 29.3일로, 달의 삭망월 29.53일과 거의 같다. 이쯤 되면 범인은 달이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수사를 해 보면 증거가 엇갈린다.
무죄 쪽 증거: 대규모 데이터. 월경 추적 앱 Clue는 피임약을 쓰지 않는 사용자 약 150만 명의 주기 약 750만 건을 분석했다. 결과는 상관관계 없음이었다. 월경 시작일은 보름이든 그믐이든 가리지 않고 고르게 흩어져 있었다.
또 하나의 무죄 증거: 사촌들. 주기가 달에 맞춰져 있다면 가까운 영장류도 비슷해야 한다. 그런데 침팬지는 약 36일, 보노보는 약 35일이다. 같은 달 아래 살면서 주기는 제각각이다. 사람의 29일 남짓이 달과 비슷한 것은 우연일 가능성이 있다.

유죄 쪽 증거: 긴 기록. 반전은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의 헬프리히-푀르스터(Helfrich-Förster) 연구팀에서 나왔다. 앱 데이터처럼 여러 사람을 짧게 보는 대신, 한 사람이 수십 년간 적어 온 월경 기록을 분석했다. 2021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린 연구에서, 일부 여성의 주기는 일정 기간 동안 보름이나 그믐에 맞춰졌다가 다시 어긋나기를 반복했다. 항상이 아니라 간헐적으로, 마치 라디오 주파수가 잡혔다 끊겼다 하듯이.
결정적 단서: 인공조명. 같은 팀의 2025년 후속 연구는 더 흥미롭다. LED 조명과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인 2010년 이전의 기록에서는 보름·그믐과의 동기화가 뚜렷했다. 그런데 2010년 이후에는 그 동기화가 대부분 사라졌다. 연구팀은 밤의 인공 빛, 특히 청색광이 많은 LED가 달빛 신호를 덮어 버렸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이건 상관관계일 뿐 인과관계가 증명된 것은 아니라고 연구팀 스스로 밝혔다.
이와 비슷한 단서가 하나 더 있다. 2021년 아르헨티나 원주민 공동체와 미국 시애틀 대학생을 함께 조사한 연구에서, 사람들은 보름 직전 며칠 동안 더 늦게 잠들고 더 적게 잤다. 전기가 없는 마을에서 가장 뚜렷했지만, 도시의 대학생에게서도 같은 패턴이 보였다. 보름 전 밝은 저녁은 오래전 우리 조상에게 '더 오래 깨어 있을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판결은
현재 증거를 종합하면 "한때 그랬을지도 모르고, 지금은 거의 끊어졌다"가 가장 정직한 답이다.
- 전체 인구를 놓고 보면 월경이 달을 따른다는 증거는 없다.
- 하지만 일부 개인에게서 간헐적인 동기화가 보이고, 그 흔적은 인공조명이 적던 시절에 더 뚜렷했다.
- 사람의 몸 어딘가에 산호처럼 달빛에 반응하던 오래된 시계의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아직 증명되지 않았을 뿐이다.
만약 그런 시계가 정말 있다면, 우리는 수만 년 동안 달빛과 맞춰 오던 박자를 불과 100여 년 만에 형광등과 스마트폰 화면으로 덮어 버린 셈이다. 몸은 아직 달을 기다리는데, 창밖은 늘 대낮처럼 밝다.
생체 리듬을 지키고 싶은 바이오해커에게 이 이야기가 던지는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하다. 밤에는 밤답게 어둡게. 달이 우리 몸에 무엇을 속삭이든, 그 목소리를 들으려면 먼저 주변의 소음, 아니 빛을 줄여야 한다.
마지막 의문: 달은 왜 이렇게 가벼울까
위키백과를 다시 보니 달은 지름이 지구의 약 1/4인데 질량은 1/81이다. 부피로 계산하면 1/49이니, 같은 부피로 치면 지구보다 약 40% 가볍다. 실제 밀도도 지구 5.51 g/cm³, 달 3.34 g/cm³다.
처음엔 '파편이 엉성하게 뭉쳐서 그런가?' 싶었는데, 범인은 따로 있었다. 철이다.

충돌이 일어날 무렵, 지구와 테이아는 이미 무거운 철이 중심에 가라앉아 핵을 이루고 있었다. 충돌 순간 두 천체의 철 핵은 대부분 지구 중심으로 합쳐졌고, 우주로 튀어 나간 것은 주로 가벼운 맨틀 암석이었다. 그래서 지구 질량의 약 32%가 철 핵인 반면, 달은 1~2%에 불과하다.
결정적인 숫자가 하나 있다. 달의 평균 밀도(3.34)는 지구 상부 맨틀 암석의 밀도(약 3.3)와 거의 같다. 달은 철을 빼낸 지구 맨틀로 빚은 구슬인 셈이다.
숨은 요인도 하나 있다. 지구는 덩치가 커서 자기 무게에 스스로 눌려 있다. 이 압축 효과를 걷어 내고 비교하면 지구의 밀도는 약 4.4로 내려간다. 그러니 둘의 밀도 차이 중 절반은 덩치 때문이고, 나머지 절반이 철 때문이다.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도 있다. 달 암석의 산소 동위원소 비율이 지구와 거의 똑같다. 달이 주로 테이아의 파편으로 만들어졌다면 테이아의 '지문'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지구의 지문만 보인다. 충돌이 너무 격렬해서 두 천체가 완전히 녹아 섞였다는 '시네스티아(synestia)' 같은 가설이 나와 있다. 달은 밀도로 자기 성분을 말해 주었지만, 출생 기록은 아직 다 공개하지 않았다.
에필로그: 오늘 밤의 3.8cm
정리하면 이렇다. 달은 지구의 맨틀을 빚어 태어났고, 지구가 건네준 자전을 받아 조금씩 멀어지면서, 그 사이 지구의 하루를 늘리고 바다를 젓고 산호에게 달력을 쥐여 주었다. 그리고 언젠가 서로 같은 얼굴만 바라보는 자리에서 멈출 것이다. 그 전에 태양이 먼저 막을 내리겠지만.
사람의 한평생 80년 동안 달은 약 3m 멀어진다. 거실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정도의 거리다. 내가 처음 달을 올려다본 어린 시절보다 지금 달은 그만큼 더 멀리 있다. 그런데도 오늘 밤 달은 여전히 크고 밝았다.
멀어진다고 해서 꼭 덜 빛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참고 자료
- 위키백과, '달' 항목
- NASA, Lunar Laser Ranging (아폴로 반사경을 이용한 거리 측정)
- Laskar et al. (1993), Nature — 달과 지구 자전축 안정성
- Lissauer, Barnes & Chambers (2012), Icarus — 달 없는 지구의 자전축 변화
- Williams (2000), Reviews of Geophysics — 조석 퇴적층으로 본 원생대의 하루 길이
- Meyers & Malinverno (2018), PNAS — 14억 년 전 지구–달 거리와 하루 길이
- Balbus (2014), Proc. R. Soc. A — 조석과 사지동물의 육상 진출 가설
- Clue, "The myth of moon phases and menstruation" — 약 750만 주기 분석
- Helfrich-Förster et al. (2021), Science Advances — 여성 월경 주기와 달 주기의 간헐적 동기화
- Helfrich-Förster et al. (2025), Science Advances — 인공조명 확산 이후 달과의 동기화 감소
- Casiraghi et al. (2021), Science Advances — 보름 전 수면 지연과 수면 감소
- Yuan et al. (2023), Nature — 맨틀 속 테이아의 잔해 가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