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지능의 비밀: AI 시대, 신진서처럼 훈련하는 법

같은 바둑판, 같은 AI, 다른 승률

바둑의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 2020년 이후 한 번도 왕좌를 내준 적 없는 이 청년에게는 독특한 별명이 있다. "신공지능" — 신진서와 인공지능의 합성어다. AI가 추천하는 최적의 수와 그의 실제 착수가 다른 어떤 기사보다 높은 일치율을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오늘날 모든 프로 바둑 기사는 AI로 훈련한다. 카타고(KataGo), 절예(絶藝) 같은 초강력 AI 프로그램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같은 도구, 같은 정답지, 같은 출발선. 그런데 왜 신진서만 압도적으로 이기는가?

 

중국의 프로기사이자 무한대학 체육학과 부교수인 리저(李喆)는 신진서의 기예를 분석한 글에서 이 현상을 정확히 짚었다. "AI가 가져온 것은 훈련 조건의 평등이지, 훈련 효과의 평등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AI를 배운다고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바둑판 위에서만 유효할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ChatGPT, Claude, Gemini — 이제 인간의 언어를 거의 완벽하게 이해하는 AI가 모든 지식 노동자의 손에 들려 있다. 우리 모두는 지금, 알파고 이후의 바둑판 위에 서 있다.

 

신진서는 어떻게 훈련하는가

신진서의 훈련법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AI를 많이 쓴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구조가 보인다.

1. 매일 아침, AI와 스파링한다

신진서는 매일 아침 카타고로 하루를 시작한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그의 수는 다른 기사들보다 AI와 훨씬 높은 일치율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을 "AI의 수를 외운다"고 해석하면 본질을 놓치게 된다.

 

2018년 GS칼텍스배 결승 인터뷰에서 신진서는 "인공지능 바둑의 포석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모방'이 아니라 '흡수'다. AI가 왜 그 수를 두는지를 자기 바둑의 문맥 안에서 이해하고, 자신의 기풍에 녹여내는 과정이다. (나무위키 — 신진서)

2. 단점을 AI의 거울로 교정한다

신진서의 초기 기풍은 전형적인 전투형이었다. 강하게 밀어붙이다가 후반에 역전당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그런데 2019년 카타고가 오픈소스로 공개된 이후, 그는 AI를 통해 이 단점을 체계적으로 보완했다. 공격 일변도에서 전체 국면을 제어하는 '플레이메이커'로 변모한 것이다. 결과는? 90%에 가까운 승률이라는 경이적인 숫자.

 

AI를 거울로 쓴 것이다. 자기 바둑을 AI에 비춰보고, 어디서 최적해와 갈라지는지를 냉정하게 진단하고, 그 차이를 좁혀간 것이다.

3. 실전의 양을 포기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신진서는 지고 화가 나면 밤새 인터넷 대국을 한다고 한다. 18급(초보) 아이디를 만들어서 상대의 반응을 관찰하기도 한다. (YouTube 인터뷰 — AI로 세계 바둑챔피언이 된 비결) AI로 공부한 것을 머리에만 두지 않고, 즉시 실전에서 시험한다. 그리고 그 실전을 다시 AI로 복기한다.

 

학습 → 실전 → AI 복기 → 학습. 이 순환의 회전 속도가 신진서의 성장 엔진이다.

4. 감정을 분리하는 연습을 한다

2026년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신진서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엔 '지면 죽는 것'이란 생각으로 대국에 임했는데, 그렇게 하면 오래 버티기 힘들 것 같다. '흘러간 바둑은 흘러간 바둑'이라고 생각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AI는 감정이 없다. 직전 수에서 실수했든 상대가 예상 밖의 수를 놨든, AI는 현재 국면에서의 최적해만을 계산한다. 신진서는 이 AI의 속성을 자기 정신 훈련에 가져온 것이다. 과거의 실수에 매몰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최선에만 집중하는 것.

5. 그리고 — AI를 넘어선다

가장 놀라운 대목이 있다. 제2기 최고기사 결정전 5국에서 신진서는 "AI조차 보지 못한 묘수"를 두며 박정환과 예술적인 타협을 이뤄냈다. 해설자들은 이것을 "신의 바둑"이라 불렀다.

 

AI의 수를 체화한 사람만이 AI의 한계를 볼 수 있다. 정답을 충분히 이해한 사람만이 정답 너머의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다. 이것이 신진서가 단순한 "AI 모방자"가 아니라 "신공지능"인 이유다.

 

바둑판 바깥으로: 일반인을 위한 "신공지능 프로토콜"

"바둑은 AI가 완전히 정복한 특수한 분야 아니냐"는 반론이 가능하다. 맞는 말이다 — 절반만. 2026년 현재, 최신 LLM들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코드를 짜고, 논문을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한다. 대부분의 지식 노동 분야에서 "AI가 인간보다 잘하는 영역"은 이미 바둑만큼이나 넓어졌다.

 

다시 말해, 당신의 직업이 무엇이든, 당신은 이미 알파고 이후의 바둑판 위에 서 있다.

 

신진서의 훈련법을 일반 분야로 번역하면 이렇게 된다.

원칙 1: AI를 "정답지"가 아니라 "스파링 파트너"로 써라

신진서가 카타고의 추천수를 그냥 외우지 않듯, AI의 출력을 복사-붙여넣기 하는 사람은 "AI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AI에게 쓰이는 사람"이다.

실천법:

  • AI에게 답을 받은 뒤, "왜 이 구조인가?" "다른 접근은 없는가?"를 반드시 역질문하라.
  • AI가 생성한 코드를 쓰기 전에, 그 코드의 로직을 자기 언어로 설명해보라. 설명이 안 되면 아직 '흡수'가 안 된 것이다.
  • 기획안, 보고서, 이메일 — AI의 초안을 받되, "내가 이걸 처음부터 썼다면 어떻게 달랐을까?"를 비교하라.

원칙 2: "학습 → 실전 → AI 복기" 사이클을 최대한 짧게 돌려라

신진서가 밤새 인터넷 대국을 하듯, 배운 것을 즉시 실전에 적용하고 결과를 AI에게 피드백 받는 루프를 빠르게 회전시켜라.

실천법:

  • 글을 쓰고 → AI에게 비평을 요청하고 → 고치고 → 다시 비평을 받는다.
  • 코드를 짜고 → AI에게 코드 리뷰를 요청하고 → 리팩토링하고 → 다시 리뷰를 받는다.
  • 발표 자료를 만들고 → AI에게 "청중이 가장 혼란스러워할 부분은?"이라고 물은 뒤 수정한다.
  • 이 사이클의 1회전이 하루가 아니라 30분이 되도록 만들어라.

원칙 3: AI의 거울로 자기 "기풍"을 교정하라

신진서가 과도한 공격성을 AI의 피드백으로 교정했듯, AI를 자기 약점을 진단하는 거울로 써라.

실천법:

  • 자신이 쓴 문서를 AI에게 주고 "이 글의 논리적 약점 3가지를 지적해달라"고 요청하라.
  • 반복적으로 같은 유형의 피드백이 돌아온다면, 그것이 당신의 "지나치게 강한 수" — 즉 무의식적 편향이다.
  • 분기별로 자신의 작업물을 AI에게 일괄 분석시키고, 패턴화된 약점을 추적하라.

원칙 4: "흘러간 바둑은 흘러간 바둑" — 감정적 편향을 제거하라

AI가 냉정한 피드백을 줄 때, 대부분의 사람은 두 가지 방어기제를 발동한다. "내 판단이 AI보다 나을 것"이라는 자존심, 또는 "AI가 틀릴 수 있다"는 핑계로 불편한 피드백을 회피하는 심리. 신진서는 이 두 함정을 모두 넘었다.

실천법:

  • AI의 피드백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자신을 발견하면, 그 반응 자체를 데이터로 기록하라. "어떤 유형의 피드백에서 방어적이 되는가?"
  • 자기 작업물에 대한 소유감을 의도적으로 줄여라. "이것은 초안이고, 최종본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기본값으로 설정하라.
  • 실수를 AI에게 숨기지 말라. 오히려 실수한 맥락을 상세히 설명하고 근본 원인 분석을 요청하라.

원칙 5: AI의 블라인드 스팟을 노려라 — 이것이 궁극의 경쟁력이다

신진서가 "AI도 못 본 묘수"를 둘 수 있는 이유는, AI의 사고방식을 충분히 이해했기 때문이다. AI의 패턴을 알아야 AI의 사각지대도 보인다.

실천법:

  • AI가 생성한 답변에서 "이것은 일반론이고, 내 구체적 맥락에서는 다를 수 있다"는 지점을 의식적으로 찾아라.
  • 당신의 현장 경험, 암묵지, 문화적 맥락, 인간관계의 역학 — AI가 학습 데이터에서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이 영역들이 바로 당신의 "78수"(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긴 그 수)다.
  • 산업 특화 지식, 로컬 데이터, 규제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를 AI의 범용 능력과 결합하라. 이 교차점에서 대체 불가능한 가치가 생긴다.

 

결론: 평평한 판 위에서 키 차이는 더 선명해진다

AI는 바둑판을 평평하게 만들었다. 누구나 세계 최고 수준의 분석 도구를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평평한 판 위에서 실력의 차이는 이전보다 더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모두가 카타고를 쓰는데 신진서만 이기는 현상"은, 곧 "모두가 AI를 쓰는데 누군가만 탁월한 결과를 내는 현상"의 예고편이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잘 쓰느냐"라는 도구적 질문이 아니다. "AI의 출력을 자기 몸에 얼마나 깊이 새기느냐"라는 체화의 질문이다. 신진서가 카타고의 수를 자기 손끝의 감각으로 바꿨듯이.

 

당신은 AI를 복사기로 쓰고 있는가, 스파링 파트너로 쓰고 있는가? 그 답이 아마 5년 뒤 당신의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존재가 있어 계속 연마할 수 있는 것 같다." — 신진서, 한국일보 인터뷰 (20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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