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로 가는 지름길, 케토시스

습관이 만드는 차이는 정말 크다. 하루하루 순간순간의 작은 습관들이 작은 긍정적 결과를 만든다면, 시간이 충분히 지나고 이것이 쌓였을 때 그 결과는 하지 않았을 때와 큰 차이를 만들 것이다. 저속노화도 마찬가지. 작은 습관들이 모여 더 건강하고 덜 노화하게 할 것이다. 긍정적이고, 실용적 습관들을 내재화해야 한다. 언젠가 그 차이가 크게 다가올 때가 있을 것이다.

 

지난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간헐적 단식도 좋은 습관이다. 공복 상태는 포도당 대사를 케톤 대사로 변환하며, 지방 연소를 촉진한다고 언급했다. 케톤 대사가 시작되고 케톤체가 충분한 상태를 케토시스(ketosis)라고 하며, 이 또한 건강에 긍정적 요소가 많다. 잘 누리도록 효과적으로 습관화하기 앞서 자세히 알아보자.

 

우리 몸에는 두 개의 엔진이 있다

우리 몸이 에너지(ATP)를 만드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너지 = 탄수화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리 몸에는 두 가지 연료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다.

 

하나는 포도당 대사(glycolysis)다. 탄수화물을 분해해 포도당으로 만들고, 이를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서 ATP로 전환한다. 빠르고 즉각적인 에너지 공급에 유리하다. 다른 하나는 지방 대사(β-oxidation과 케톤 생성)다. 체내 저장 지방이나 섭취한 지방을 간에서 케톤체(β-하이드록시부티르산, 아세토아세트산, 아세톤)로 전환하고, 이것이 포도당을 대신해 세포의 연료가 된다. 느리지만 지속적이고, 체내에 비축된 연료량이 포도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 평균 체중의 성인이 체지방에 저장하고 있는 에너지는 약 40,000~100,000kcal에 달하는 반면, 글리코겐(포도당 저장 형태)은 고작 1,600~2,000kcal 수준이다.

 

두 엔진 모두 우리 몸에 내장되어 있다. 문제는, 현대인 대부분이 한쪽 엔진만 돌리고 산다는 것이다.

 

 

구석기 몸, 현대의 식탁

인류의 유전자는 약 200만 년에 걸친 수렵·채집 생활에 최적화되어 있다. 구석기시대 인류에게 두 대사 경로는 모두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사냥에 성공한 날에는 고기와 과일에서 얻은 포도당과 지방이 에너지원이 되었고,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한 날에는 체지방이 분해되어 케톤체가 뇌와 근육을 가동했다. 포식과 공복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면서, 두 엔진은 번갈아 작동했다.

 

그런데 약 1만 년 전 농업혁명이 일어났다. 곡물의 안정적 공급은 공복 상태의 빈도를 급격히 줄였고, 산업혁명과 현대 식품산업은 이를 극단으로 밀어붙였다. 정제 탄수화물, 첨가당, 하루 세 끼 플러스 간식이라는 식습관 속에서 현대인의 혈당은 거의 떨어질 틈이 없다. 혈당이 떨어지지 않으면 인슐린이 계속 분비되고, 인슐린이 높은 상태에서는 지방 분해가 억제된다. 결과적으로 지방 대사 엔진은 시동조차 걸리지 않는 채 수십 년을 보내는 셈이다.

 

이것이 단순히 "살이 찐다"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만성적 고혈당과 고인슐린혈증은 인슐린 저항성, 만성 염증,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는 노화를 가속하는 핵심 기전이다. 즉, 지방 대사 엔진을 방치하는 것 자체가 저속노화의 반대편, 가속노화로 향하는 길인 것이다.

 

 

케토시스란 무엇인가

케토시스(ketosis)는 체내 포도당 공급이 줄어들었을 때, 간이 지방산을 분해하여 케톤체를 생성하고 이것이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대사 상태를 말한다. 혈중 케톤 농도가 대략 0.5~3.0mmol/L 범위에 들어가면 영양적 케토시스(nutritional ketosis)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케토시스는 병적인 상태가 아니다. 당뇨병성 케톤산증(diabetic ketoacidosis, DKA)과 혼동되기도 하지만, DKA는 인슐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제1형 당뇨 등에서 케톤이 비정상적으로 과잉 생성(10mmol/L 이상)되어 혈액이 산성화되는 위험한 상태다. 건강한 사람에서의 영양적 케토시스는 인슐린이 정상 작동하는 범위 내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대사 전환이며, 우리 조상이 수백만 년간 반복적으로 경험해온 생리적 상태다.

 

 

케톤체, 뇌를 깨우다

케토시스가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뇌에 대한 효과 때문이다. 뇌는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전체 에너지의 약 20%를 소비하는 에너지 대식가다. 그런데 뇌에는 혈액-뇌 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이라는 관문이 있어서, 아무 물질이나 통과시키지 않는다. 지방산은 이 장벽을 통과하지 못한다. 하지만 케톤체는 통과한다. MCT(monocarboxylate transporter)라는 수송체를 통해 BBB를 넘어 뇌세포에 직접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이 특성 때문에 케톤식이요법(ketogenic diet)은 사실 최신 유행이 아니라 100년 이상의 의학적 역사를 가진 치료법이다. 1920년대부터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epilepsy) 환자, 특히 소아 환자에게 케톤식이가 처방되어 왔으며, 현재까지도 공인된 치료 옵션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에서도 뇌의 포도당 대사 장애를 케톤체가 우회 보완할 수 있다는 연구가 활발하다. 2019년 학술지 Frontiers in Neuroscience에 발표된 리뷰 논문에서는 케톤체가 신경 염증을 줄이고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개선하며 산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등 다면적인 신경 보호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정리한 바 있다.

 

실제로 케토시스 상태를 경험해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고하는 것이 있다. "머리가 맑아진다"는 느낌이다. 포도당 대사는 혈당의 등락에 따라 에너지 공급이 널뛰기를 하지만, 케톤체는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식후 나른함이나 오후의 집중력 저하, 이른바 "밥 먹고 나면 졸려" 현상의 상당 부분은 혈당 스파이크 이후의 급락과 관련이 있다. 케토시스 상태에서는 이 롤러코스터가 완화된다.

 

 

달리기와 케토시스 — 꺼지지 않는 연료

지구력 운동에서도 케토시스의 이점은 주목할 만하다. 앞서 언급했듯, 글리코겐 저장량은 약 2,000kcal로 한계가 분명하다. 마라톤 러너들이 30km 부근에서 경험하는 '벽(hitting the wall)'은 글리코겐 고갈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반면, 지방 대사에 적응된 몸은 체지방이라는 거대한 에너지 저장고에 접근할 수 있어 장시간 운동에서 보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

 

2016년 Jeff Volek 연구팀이 Metabolism에 발표한 FASTER(Fat-Adapted Substrate oxidation in Trained Elite Runners) 연구에서는,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이에 장기간 적응한 엘리트 울트라마라톤 선수들이 고탄수화물 식이 선수들과 비교하여 지방 산화율이 최대 2.3배 높았으며, 장시간 운동 중에도 글리코겐을 절약하면서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받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고강도 단시간 운동(스프린트, 고강도 인터벌)에서는 포도당 대사가 여전히 우위에 있다. 케톤 대사의 강점은 중·저강도의 지속적 활동에서 빛난다. 아침 공복 러닝이나 장거리 조깅이 바로 그런 영역이다.

 

 

케토시스에 진입하는 세 가지 길

케토시스 상태로 들어가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단식이다.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음식 섭취를 중단하면 체내 글리코겐이 소진되고, 보통 12~24시간 이후 간에서 케톤 생성이 본격화된다. 간헐적 단식(16:8 방식 등)은 매일 일정 시간 이 과정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전날 저녁 8시에 마지막 식사를 하고 다음 날 정오에 첫 식사를 하면, 아침 시간대에 이미 가벼운 케토시스에 진입할 수 있다.

 

둘째, 공복 운동이다. 단식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글리코겐 소진이 가속화되어 케토시스 진입이 빨라진다. 특히 중·저강도의 유산소 운동(조깅, 빠른 걷기, 자전거 등)이 효과적이다. 공복 상태에서 30~60분 정도의 유산소 운동은 지방 산화율을 높이고 케톤 생성을 촉진하는 가장 효율적인 조합 중 하나다.

 

셋째, 케톤식(ketogenic diet)이다. 탄수화물 섭취를 하루 20~50g 이하로 극단적으로 줄이고, 지방 비율을 70% 이상으로 높이는 식이법이다. 수일 내에 지속적 케토시스 상태에 진입할 수 있다. 다만 식단 제한이 매우 엄격하여 사회적 식사(회식, 외식)와 양립하기 어렵고, 장기 유지에 대한 안전성 데이터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일반인이 라이프스타일로 채택하기에는 현실적 장벽이 높다.

 

 

현실적인 습관 설계

세 가지 방법 중 "완벽한 케톤식"을 일상에서 유지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비현실적이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케토시스를 24시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 대사 엔진에 정기적으로 시동을 거는 것이다. 수백만 년간 우리 조상이 그랬던 것처럼, 포도당 대사와 지방 대사 사이를 유연하게 오가는 능력, 이른바 대사 유연성(metabolic flexibility)을 회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한 현실적인 루틴을 제안한다.

 

평일: 간헐적 단식으로 아침 케토시스 확보. 전날 저녁 식사 후 다음 날 점심까지 16시간 공복을 유지한다. 아침에는 물, 블랙커피, 무가당 차 정도만 마신다. 이것만으로도 오전 시간대에 가벼운 케토시스를 경험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 시간대에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을 체감한다. 점심과 저녁은 평소대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한다. 다만 정제 탄수화물과 첨가당을 줄이는 쪽으로 식단의 질을 개선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주말: 공복 러닝으로 지방 대사 극대화. 토요일 또는 일요일 아침, 공복 상태에서 30~60분 조깅을 한다. 대화가 가능한 정도의 편안한 페이스(소위 zone 2 훈련)가 적절하다. 이 조합은 전날 밤부터 이어진 공복에 유산소 운동이 더해져 케톤 생성을 효과적으로 촉진한다. 달리기가 어렵다면 빠른 걷기나 자전거도 좋다. 운동 후에는 단백질과 건강한 지방을 포함한 식사로 회복한다.

 

 

이 루틴의 장점은 기존 생활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아침을 거르는 것은 처음 며칠이 어렵지, 일주일만 지나면 오히려 오전이 가볍고 상쾌한 경험을 하게 된다. 주말 아침 러닝은 운동 습관까지 함께 잡아주는 보너스가 있다.

 

MCT 오일이라는 부스터

케토시스 진입을 보조하는 도구로 MCT 오일(Medium Chain Triglyceride oil)이 있다. MCT는 중쇄지방산으로, 일반 지방과 달리 소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간으로 직접 이동하여 빠르게 케톤체로 전환된다. 코코넛 오일에도 MCT가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순수 MCT 오일은 농도가 높아 케톤 생성에 보다 효율적이다.

 

아침 블랙커피에 MCT 오일 한 스푼(약 5~15ml)을 더하면, 단식 상태를 크게 깨지 않으면서도 케톤 수치를 한 단계 올려줄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이므로 완전한 단식은 아니지만, 인슐린 반응을 거의 유발하지 않아 지방 대사 모드를 유지하는 데 무리가 없다. 방탄커피(Bulletproof coffee)의 원리가 바로 이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MCT 오일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많은 양을 한꺼번에 섭취하면 복통이나 설사를 경험할 수 있다. 처음에는 티스푼 하나(약 5ml) 정도로 시작해서, 일주일에 걸쳐 서서히 양을 늘려가는 것이 현명하다. 몸이 적응하면 대부분 불편감 없이 섭취할 수 있게 된다.

 

 

이 습관이 가져올 변화

이 루틴을 수주에서 수개월간 지속하면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단순히 체중 감량에 그치지 않는다.

 

대사 유연성의 회복. 오랫동안 쉬고 있던 지방 대사 엔진이 다시 가동되기 시작한다. 포도당과 케톤체 사이를 유연하게 오갈 수 있는 몸은, 식사 시간이 약간 늦어져도 혈당 급락에 따른 짜증이나 무력감("행그리" 상태)을 덜 겪는다. 에너지 수급이 안정된다.

 

인슐린 감수성 개선. 간헐적 단식이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는 다수 존재한다. 인슐린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면 같은 양의 탄수화물을 먹어도 혈당 스파이크가 줄고, 지방 축적이 억제된다. 이는 제2형 당뇨 예방과 직결된다.

 

오토파지(autophagy)의 활성화. 세포가 손상된 단백질과 노폐물을 스스로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인 오토파지는, 노화와 질병의 핵심 방어 기전 중 하나다.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 교수의 연구로 주목받은 이 기전은, 단식과 영양소 결핍 상태에서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일 아침의 공복 시간은 이 세포 청소 시스템을 정기적으로 가동하는 스위치가 된다.

 

 

만성 염증의 감소. 케톤체, 특히 β-하이드록시부티르산(BHB)은 단순한 연료가 아니라 신호 분자로도 기능한다. BHB는 NLRP3 인플라마좀이라는 염증 매개 복합체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 저등급 염증(chronic low-grade inflammation)은 노화, 심혈관 질환, 암 등 거의 모든 만성질환의 공통 기전이다. 정기적 케토시스는 이 염증의 불씨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뇌 건강과 인지 기능. 앞서 설명한 대로 케톤체는 뇌에 안정적 에너지를 공급하고 신경 보호 효과를 가진다. 장기적으로 이는 인지 기능 유지와 신경퇴행성 질환 위험 감소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합쳐진 결과가 바로 저속노화다. 세포 수준에서 청소가 이루어지고, 염증이 억제되고, 대사가 유연해지고, 인슐린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몸은 같은 세월을 살아도 다르게 늙는다.

 

마무리하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자. 습관이 만드는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시간이 그것을 증폭시킨다. 케토시스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저녁을 먹고,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먹는다. 주말 아침에 공복으로 가볍게 뛴다. 이것이 전부다. 그런데 이 단순한 루틴 안에서, 당신의 몸은 수백만 년 전부터 장착되어 있던 두 번째 엔진을 다시 돌리기 시작한다.

 

당신의 세포는 스스로를 청소하고, 뇌는 더 맑은 연료를 공급받고, 염증의 불씨는 낮아지고, 인슐린은 제 역할을 되찾는다. 어느 날 문득, 같은 나이의 주변 사람들과 다른 컨디션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것이 작은 습관이 만든 복리의 결과다.

 

두 번째 엔진에 시동을 걸자. 이미 당신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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