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간만에 고교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다. 장어먹을까? 영산강민물장어 어때? 사실 이곳은 인덕원 우리 고교 근처에 있었다. 당시 야간 자율학습 하고 집에 갈 때마다 버스 기다리며 장어 익는 냄새를 맡아야 했던 곳이다. 1981년 인덕원에서 개업했고, 지금은 백운호수로 이전해서 40년 넘게 성업중이다. 백운호수 초입에 있고, 넓은 주차장에 장어 먹고 산책하기도 좋은 곳. 집사람한테 미안한 맘에 물어본다. 장어 먹고 와도 돼? 응! 어여 먹고 와! (응??)

자리 잡고 앉고 주문을 한다. 4명이면 어떻게 시켜야 해요? 2Kg 시키면 된다고. 그러고는 기본 반찬을 내주신다.

깔끔한 기본 반찬에 잠시 더 기다리면 불을 내어 주신다. 불이 아주 좋다. 숯불 때문에 맛집인가 보다.

저 불은 다 먹고 나올 때까지 저 모습이었다. 맛집의 필수 요소인가보다. 그러고는 장어가 올라간다.

거의 동일한, 크기부터가 남다른 장어 4마리가 올라간다. 아주머니가 전문가 손놀림으로 쓱쓱 익혀주시는데 빛깔 예쁘게 익어간다.

난 원래 느끼한거 싫어해서 장어 안좋아했는데, 비주얼이 다르다. 오늘은 다른 경험을 할 것 같다. 예쁘게 썰고는 가지런히 놓아주신다. "이제 드시면 됩니다"

한조각 한조각 입안에서 풍성하게 터진다. 생강 장을 약간 함께 먹으니, 전혀 느끼하지 않다. 장어 괜찮네.

저렇게 생강 한조각을 함께 먹어줘야 아주 풍성한 잘 어울리는 맛을 느낄 수 있다. 또 다른 맛을 느끼고 싶으면 쌈에 싸본다.

마늘 한조각이 또 느끼함을 잡아준다. 친구들과 대화 꽃이 만발하다. 달리기 좋아하는 한 친구가 부상으로 몇 주 쉬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달래준다. 또 한 친구는 걷기만 하다 최근 뛰기 시작했다고. 아주 좋아. 다 같이 안양천 달리자고!

보통은 이렇게 맛있으면 다 먹고 더 시키는데, 인생의 적정선을 잘 아는 친구들. 잔치국수로 마무리하자.

많지 않은 적절한 양의 잔치국수가 나오고, 이순간 딱 맞는 음식임을 직감한다. "간장 베이스 국물"이라는 친구들 한마디씩.
간만에 친구들과 아주 좋은 시간을 갖게 한 "영산강민물장어" 집. 고교 때는 냄새만 맡아야 했지만, 이제는 직접 찾아와서 함께 옛날을 추억합니다.
장어를 먹고싶은데 비쌀 것 같다 느끼할 것 같다 백운호수 둘러봤는데 뭘 먹어야 하나 싶은 분들, 함 드셔보시길. 추천합니다.